정씨의 고교 3년은 ‘특혜 인생’ 그 자체였다. 정씨는 고교 1~2학년 때 20일간 무단으로 결석한 뒤 해외로 나갔으나 모두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해 출석으로 인정받았다. 2학기에는 실제 체육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전체 학생 중 정씨만 유일하게 수행평가 만점을 받았다. 심지어 해외에 있는데도 생활기록부엔 승마협회에서 마필 관리 등 봉사활동을 했다고 적었다. 이런 특혜에 힘입어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 체육교과 교과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머니 최씨는 딸의 경기 출전 횟수에 문제를 제기한 체육교사를 찾아가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너 잘라버리는 것 일도 아니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런 안하무인 갑질이 없다.
정씨는 이번 의혹 말고도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숱한 특혜를 받은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제는 정씨의 합격을 위해 상위권 학생 두 명에게 면접에서 낙제점을 줘 탈락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1차 서류전형에서 9등에 머문 정씨가 합격권인 6등 안에 들지 못하자 한 교수가 면접관들에게 정씨 앞에 있던 학생들을 탈락시키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씨는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합격했다. 하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정씨는 오래전에 독일로 출국해 도피 중인 상태다. 최씨 비리에 늑장 수사로 일관했던 검찰은 정씨에 대해 소환이나 귀국 종용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씨의 특혜 인생은 오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정씨는 2년 전 자신의 특혜 입학 의혹이 제기되자 페이스북에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 사회가 돈과 권력으로 얼마나 철저히 오염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씨의 사건을 개인적 단죄에만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다. 젊은이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부정부패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첫출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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