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CJ그룹 이미경 전 부회장에게 퇴진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조원동(60·사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음주측정 거부 혐의와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지낸 인물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이가 많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종문)는 17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수석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수석은 2015년 10월28일 밤 술을 마신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 뒤범퍼를 들이받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수석이 당시 정식 음주 측정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것에 그치지 않고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한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해 국가 사법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징역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 전 수석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그의 집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다이어리 등을 확보했다.
조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재직하던 2013년 말 손경식 당시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 “좀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검찰)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등의 말로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조 전 수석은 “이 부회장의 퇴진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3년 8월 정부가 내놓은 조세개편안에 영세상인 등의 반발이 폭발하자 “올해 세법 개정안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을 ‘거위’에 비유한 그의 논리를 두고 “박근혜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조 전 수석은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초일류 엘리트다. 옛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해 재정경제부 차관보까지 올랐고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거쳤다. 현 정부 들어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돼 2014년 6월까지 일했고 퇴임 후에는 중앙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후임 경제수석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수감된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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