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국장의 답변 태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출석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우 전 수석은 당시 가족회사인 정강 횡령 의혹을 묻는 기자를 한참 째려보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조사실에서는 팔짱을 낀 채 여유 있게 앉아 있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한번 해보겠다는 식의 두 사람 태도가 똑 닮았다.
검찰 내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실력자인 우 전 수석에 줄을 서서 검찰과 법무부 주요 보직을 꿰찬 검사들이다. ‘우병우 사단’이 우 전 수석의 눈귀와 손발이 되어 검찰권을 농단했다는 지적이다. 정작 실력 있고 강단 있는 검사들은 옷을 벗어야 했다. 우 전 수석의 처가 쪽 부동산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늦어진 건 그만 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 안 국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얼마 전 국회에서 공개한 ‘우병우 사단’ 명단에 들어 있다.
우 전 수석의 끈이 떨어진 요즘은 그와의 친분을 부정하는 검사들이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력자에게 줄을 대려는 일부 검사들이 검찰 조직을 망가뜨렸다. 검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게 된 것도 이런 정치검사들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검찰개혁이 당면과제로 떠오를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절감하면서도 손대지 못한 것은 검찰권을 악용하려는 집권세력 때문이었다. 그 폐해를 이번 사태에서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권력에 빌붙어 한눈 판 검사는 일찌감치 스스로 검찰 조직을 떠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다. 검찰에 독이 되는 검사가 누구인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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