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조 전 수석이 후임인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채근으로 총대를 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앞서 조 전 수석이 당시 CJ그룹 손경식 회장에게 전화해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조 전 수석은 녹취록에서 ‘이 요구가 대통령(VIP)의 뜻이냐’는 손 회장의 질문에 “그렇다”며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겁박했다.
문화계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관람한 뒤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하기도 해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돌았다. 실제 CJ는 현 정부들어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잇따르며 된서리를 맞았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4일 조 전 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퇴진 압박 의혹 등에 대해) 숨김없이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한 조 전 수석이 배후를 박 대통령으로 지목할 경우 파장이 엄청날 전망이다.
문화계의 큰손인 CJ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13억원을 출연하거나 정부가 추진한 문화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을 놓고 이 회장의 8·15특별사면 거래설까지 불거지는 등 정부가 CJ를 궁지로 몬 뒤 이용한 정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검찰 조사를 받은 손 회장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을 전후해 이 회장의 사면 논의가 있었고 이후 출연금을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고 대기업 오너 일가로는 유일하게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조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강제로 물러나도록 ‘협박’했다는 의혹은 앞서 제기된 최순실(60·구속)씨 의혹과 달리 직접 박 대통령을 겨냥한다.
만약 공개된 녹취 파일 내용대로 청와대 수석이 민간 기업인 CJ의 경영권에 간섭하고 경영자를 겁박했다면 그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다. 물론 조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이름을 팔아 손 회장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진술 내용에 박 대통령의 운명도 달린 셈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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