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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특파원의 월드와이드 뷰] 1972년 '워터 게이트'… 2016 '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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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7 19:23:34 수정 : 2016-11-17 1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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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돌입한 박 대통령…하야 직전 닉슨과 닮은 꼴 / 성적 일탈 저질렀던 빌 클린턴/상원서 탄핵안 부결 ‘기사회생’/닉슨은 거짓말로 민심 불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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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촛불 민심과는 달리 퇴진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정국 상황이나 민심의 반전 드라마가 전개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아마도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는 성추문으로 탄핵을 받았다가 기사회생한 빌 클리턴 전 대통령의 길을 가기로 작심한 것 같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는 클린턴 스캔들이 아니라 닉슨의 워터 게이트와 닮은꼴로 전개되고 있다. 클린턴은 1995년부터 1년 반에 걸쳐 당시 21세였던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백악관 집무실에 딸린 작은 방 안에서 10여 차례 오럴 섹스를 한 것으로 특별검사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위증, 사법질서 방해, 증인 회유, 권력 남용 등 11가지 죄목을 들어 미 의회에 클린턴의 탄핵을 요청했다. 미 하원은 1998년 12월 19일에 탄핵안을 가결했다. 하원에서는 단순 과반수면 탄핵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상원은 100명의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미 상원이 1999년 2월 12일 실시한 표결에서 위증 부분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 의원 45명과 공화당 의원 10명 등 55명이 ‘무죄’로 판단했고 사법 질서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찬성 50, 반대 50으로 갈렸다. 모든 혐의에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재적 3분의 2(67명)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았다. 클린턴은 상원의 탄핵안 부결로 살아나 2001년 1월까지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 

닉슨의 워터 게이트는 달랐다. 워터 게이트 사건은 민주당 조지 맥거번 후보의 선거대책본부가 있는 워터 게이트 호텔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던 남자 5명이 1972년 6월 17일에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닉슨은 경찰을 동원해 이를 단순 가택침입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 등이 이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특종 기사를 터뜨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진상 규명에 나섰다. 닉슨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차단했다. 그러나 백악관 보좌관이었던 알렉산더 베터필드가 닉슨의 FBI 수사 방해 지시가 담긴 비밀 테이프의 존재 사실을 폭로했다. 닉슨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이 테이프 공개를 거부했고, 이 사건을 수사한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이 때문에 미 하원 법사위가 닉슨 탄핵안을 가결했고, 이 탄핵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확실시되자 닉슨은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워터 게이트 사건의 전개 과정처럼 한국에서는 태블릿 PC,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녹음 파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깨알 수첩’ 등 증거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워싱턴 포스트를 꿈꾸는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닉슨이 수사권을 가진 미국 경찰을 무력화했듯이 박 대통령이 검찰을 시녀화한 것도 유사하다. 미국의 민주당처럼 한국의 야당도 진상조사위를 가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사임 직전의 닉슨처럼 눈 딱 감고 버티고 있다.

박 대통령이 클린턴처럼 탄핵 과정을 통해 살아날지, 아니면 닉슨처럼 하야할지를 결정하는 열쇠는 국민이 쥐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클린턴의 성적 일탈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탄핵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클린턴의 지지율은 높았다. 하지만 닉슨의 거짓말은 민심을 악화시켰고 그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국기연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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