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가 검찰에서 "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검사에게 "형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 무거운 형벌을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18일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조사에서 최씨는 고영태·차은택씨와 개인적으로 만나 사업 관련 회의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혹 사건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측근들이 나와의 친분을 내세워 주변에 무리하게 권세를 과시하다 일이 잘못되자 다 덮어씌웠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최씨는 서울 강남의 카페 '테스타 로사'에서 고영태·차은택씨 등 측근들을 수시로 만나 회의를 했으며 일종의 아지트인 이 카페를 '테사'로 줄여서 불렀다.
최씨는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기 전에 꼭 내게 허락을 받듯이 얘기를 하고 갔다"며 "이제 보니 오히려 고영태·차은택 등이 나를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배신을 당하고 살아왔다"며 하소연과 함께 이번에도 측근들의 배신 때문에 고초를 겪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고, 스스로 국정에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롯데의 70억원 추가 지원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 사건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의 연설문 일부만 수정해줬다는며 선을 그었다.
롯데에게 돈을 돌려준 것에 대해선 "K스포츠재단이 체육 시설을 지으려고 롯데에서 추가로 돈을 받았으나 용지 매입 계약에 실패해 돌려준 것"이라며 당시 검찰의 롯데 수사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에 관해서도 "차은택이 광고 회사를 한다는 정도만 알았다"며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는 검사에게 형량을 물은 뒤 "적용되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그 법정형의 상한을 선고받을 확률이 높다"라는 말을 듣자 "그러겠죠"라며 자포자기하는 듯한 반응을 나타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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