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입학 후엔 교수들이 출석 대체 근거 없이 출석을 인정하고 시험을 보지 않거나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도 학점을 줬다. 8개 과목은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교수들은 출석을 인정했다. 담당교수가 정씨 대신 과제물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고, 정씨가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본인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대는 정씨에게 온갖 특혜를 주려고 학교 전체가 한통속으로 움직였고 대학 입시·학사관리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이게 대학인가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부는 이대에 정씨 입학 취소와 특혜 관련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특혜 제공 혐의가 인정되는 교수들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도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130년 전통을 지닌 명문사학의 명예는 비선 실세 딸 한 명 탓에 땅에 떨어졌다.
교육부 특별감사에 문제가 많다. 교수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특별감사에서는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련자들의 연구비 과제 무더기 수주가 반대급부라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교육부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을 비켜간 부실 감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권 없는 행정감사라는 이유로 검찰에 떠넘긴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윗선 개입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외압은 없었는지, 최 전 총장이 지시했는지, 교육부 등 당국이 개입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대학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도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책임이 말로 끝나선 안 된다.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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