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재계는 물론 그 여파가 대중문화계에도 미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는 줄었고, 드라마나 예능보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올라가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부터 영화 투자배급사 외압 논란까지 영화계는 뒤숭숭했다. 그런 가운데 복잡한 시국이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영화인들이 많았다.
배우 하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에서 사용한 이름 '길라임' 때문에 때 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길라임은 2011년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그녀가 분했던 캐릭터 이름이기 때문.
이에 하지원은 최근 진행된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 참석, 뉴스를 보다가 본인 역시 깜짝 놀랐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 속 배역명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달라고 재치 있게 말해 화제가 됐다.
특히 하지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저는 배우 하지원을 떠나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사람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는데, 저도 같이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
배우 김윤석은 시간을 되돌리는 내용의 영화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V앱 생방송에서 "만약 (영화처럼) 바꾸고픈 과거가 있다면?"이란 질문을 받았다.
"2014년 4월15일 밤으로 돌아가 그 배를 타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다."
원전 재난을 그린 영화 '판도라'에 출연한 정진영은 창작인들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에 일침을 가했다.
"가장 불행한 일은 창작인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거다. 그런 사회는 진짜 못돼 먹은 사회다."
지난해 '내부자들'에 이어 오는 연말 범죄액션 영화 '마스터'를 선보이는 배우 이병헌은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인데 (마스터는) 어찌 보면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의 이야기다.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관객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주려고 의도한 부분이 있다.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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