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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정치 학습장 된 광화문광장…자유발언대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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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0 00:08:39 수정 : 2016-11-20 14: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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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는 대통령이 당해야” / 촛불 코웃음 친 김진태 의원 비판도 봇물 / “원빈·전지현보다 촛불시민이 더 아름다워” / 전국 곳곳 100만 가까이 운집
1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자동 로터리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여명이 참여했다. 하상윤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0·개명 후 서원)씨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묻는 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19일 오후 ‘자유발언대’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뜨거웠다.

광화문 집회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서 3분씩 시민들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발언대’ 시간에는 10명의 발언 기회가 있었으나 참여하고자 하는 신청자가 50여명이 넘을 정도였다. 발언대에 오른 시민들은 때론 열정적으로 때론 재치있게 의견을 말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청년들이 경쟁 교육 견디며 취업 걱정할 때, 최순실 딸과 조카는 아는 이모 빽 믿고 대학에 들어갔다”며 “대통령이 4년 내내 ‘쉬운 해고’ 협박을 했는데 이제 우리가 대통령을 해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누리당 김진태(의원)가 촛불을 보고 ‘바람 불면 꺼진다’고 얘기했지만 김진태 너나 꺼져”라며 “촛불은 바람 불면 옮겨 붙는다”고 외쳤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여명이 참여했다. 하상윤 기자

부산에서 온 고등학교 2학년 김성현 학생은 “18살은 자기가 발표할 내용을 스스로 고칠 수 있고 18살은 보톡스를 맞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통령은 자기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한 여성은 “국민이 주인인데 국민시키는 대로 안 하는 놈은 우리가 자르면 된다”며 “대통령은 머슴 중 대장인 ‘마름’이면서 ‘대장’인줄 착각하는데 국민이 해고하면 마름은 잘리는 거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행진 이후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내자동로터리에서 다시 이어진 시민들의 자유발언 시간에는 비까지 내려 비장감마저 서렸다. 
1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자동 로터리에서 우산을 든 채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여명이 참여했다. 하상윤 기자

포천에서 올라온 노동자라고 소개한 모종균씨는 “우리 고장은 (기호) 1번 찍으면 애국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70%라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내 일당이 12만원이지만 오늘 반나절만 일하고 6만원 못 벌면 좀 어떤가 생각했다”고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딸이 ‘아빠, 비참해하지 마. 성실하게 사는 우리 아빠가 젤 멋있다’더라”면서 “나도 영화배우 원빈, 전지현보다 저는 이 순간 촛불들고 있는 우리 국민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의 유구한 역사 한 페이지로 흘러갈 것이라 믿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직장인 최덕수 씨는 “정치에 무관심한 자들, 가장 무지하고 더러운 이들에게 지배받을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 시간에도 귀마개 끼고 자고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의 정당, 진영을 넘어 하나가 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정당, 정치를 잘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명백한 불법에 앞서 싸우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작은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1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내자동 로터리에서 촛불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여명이 참여했다. 하상윤 기자

시민들은 통쾌한 발언에 함께 웃고 분노하며 연설이 끝날 때마다 ‘박근혜는 물러가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발언을 듣고 있던 대학원생인 김모씨는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의 ‘정치 학습장’”이라고 표현하며 “시민발언대를 통해 현 문제점를 잘 모르던 사람들도 실체를 알고 함께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60만명(경찰 추산 18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36만3000명(경찰 추산 9만2000명)이 촛불을 들었다.

주최 측은 오후 11시40분쯤 내자동로터리에서도 집회가 마무리됐음을 선언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자하문로와 삼청로를 제외한 광화문 주변과 율곡로, 사직로 교통 소통도 재개됐다.

글=남혜정, 사진=하상윤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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