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예측기관들은 대부분 내년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까지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사상 첫 3년 연속 2%대에 머무는 셈이다. 급기야 매년 낙관적 경제 전망을 고수해 온 정부도 내년 경제 전망치를 2%대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2%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게 되면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얼마 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현재 경제상황을 빗대 ‘여리박빙(如履薄氷: 살얼음판을 걷듯 위험한 상황)’이라 언급한 발언은 결코 과언이 아닐 성싶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3%대 성장은 사실상 정부의 목표치라고 봐야 한다”며 “최근 예상치 못한 하방리스크가 많은 게 사실이기 때문에 다음달 발표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수정 전망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우리 경제의 부정적 요인이다. 최근 씨티그룹은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성장률 둔화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기존에 산재해 있는 브렉시트와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탁금지법 등 악재들과 맞물려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은 성장률 2.6%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2%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4분기에는 마이너스성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은 더 심각하다. 아직 정부의 공식 전망이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은행은 물론 주요 민간연구기관 대부분이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1961년 이래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으로 3%를 밑돈 적은 없다. 하지만 2012년 이후 6년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2014년(3.3%)을 제외한 나머지 5년간 모두 2%대였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러니 다음달 중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 전망치를 발표해야 할 정부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발표에서 내년 3.0% 성장을 전망했지만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2%대 전망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과연 얼마만큼 내릴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전망치는 시장에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망치를 내놓을 때 경제 심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와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는 실제 성장률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연간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전년도 12월 기준)와 실제 성장률 간 최근 5년간 평균오차가 0.92%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0.86%포인트였다. 정부와 한은이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나마 국책·민간연구기관은 좀 나은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의 5년간 성장률 전망과 실제 성장률 평균 오차는 0.8%포인트였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0.68%포인트였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오차가 평균 0.64%포인트에 그쳤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