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구속기소 검찰이 20일 구속기소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왼쪽부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이들 3인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연합뉴스 |
국정을 농단한 이들을 재판에 넘기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관련 의혹을 선제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한 언론매체들이었다. 여기에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하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총력전’에 나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최씨 등과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과 대기업 총수들을 넘어 박 대통령의 조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혹의 시작은 지난 7월26일 TV조선이 제기한 미르재단의 비정상적인 모금 행태였다. 당시 TV조선은 미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비정상적으로 모금했고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JTBC가 10월 24일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를 공개해 충격을 던졌다. 이 PC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대외비 문건도 포함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튿날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며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9월 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을 고발한 상태였다.
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최씨가 영국에서 전격 귀국하면서 비선실세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수사팀은 최씨를 비롯해 안 전 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잇따라 체포·구속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긴박하게 진행되자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특검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의혹의 핵심 관련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한편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준비했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기업 민원을 담은 면담 자료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증언을 확보하며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주춤했다. 내란·외환죄 이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를 금지한 헌법 조항에다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에 즉시 응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최씨 기소 전 조사가 불발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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