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의 대가성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조사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재단 기금 출연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특별검사제도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검찰이 대가성을 비롯한 뇌물죄 적용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들로부터 구체적 청탁이나 요구는 없었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직권을 남용해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제3자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공여자로 의심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을 단순히 참고인으로 조사하며 사실상 대기업들을 ‘피해자’로 결론 내렸다. 대기업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기업 민원을 담은 면담 자료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증언을 확보하며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총수들과 박 대통령 간 ‘밀약’이 입증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최씨와 안 전 수석처럼 직권남용 혐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롯데와 삼성 등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 관련 뇌물죄 등 혐의 수사는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대기업과 청와대 양측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관련 증거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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