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타고 전국에서 더 커진 촛불 주말인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부산(왼쪽부터)에서는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5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쳤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1만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광주에서는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 10만 시국촛불’ 행사가 열려 1980년 5월의 횃불 성화를 재현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부산·대구·광주=사진공동취재단 |
19일 전국 각지에서 ‘100만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60만 촛불 인파가 모여 어둠을 밝혔다. 이날 만난 시민 8명에게 ‘광장에 나온 이유’와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시민들은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최씨의 국정농단을 초래한 박 대통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나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안상미(9·여) / 초등학교 3학년
“부모님 손 잡고 나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신기하다.”
“깨끗하고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 모인 사람들이 다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세진(36·여) / 주부
“시국이 흉흉한데 한마음으로 같이 일어서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래야 변화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은 남편과 초등학교 3학년 딸, 1학년 아들까지 온 가족이 나왔다.”
“건전하고 발전적인 대한민국을 원한다. 이번 사태는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패도 찾아내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정재연(18) / 고등학교 3학년
“(수시에 합격해) 주말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처음에는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왔는데, 집회에서 느낀 점이 많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같은 사건에 대해 그간 잘 알지도 못한 채 안일하게 살았다. 많은 사람이 깨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실력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이 화가 난 건 최순실이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온갖 이권을 독식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 아닌가. 서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최씨 딸) 정유라 때문에 이화여대 탈락한 사람까지 나왔다.”
◆최민석(18) / 고등학교 3학년
“수능 끝나고 친구와 촛불집회에 처음 왔다. 청소년들도 나서서 국민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여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정치를 원한다. 모든 국민의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집권당인 여당이 야당보다 국민들의 의견을 정치에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광주서 19일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10만 시국촛불’ 행사에서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1980년 5월의 횃불 성화가 재현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촛불집회에 그만 나와도 될 때까지 계속 나올 생각이다.”
“예술인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예술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번 사태에서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되지 않았나.”
◆이다운(30) / 직장인
“뉴스를 볼 때마다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민주공화국이 맞나 싶다. 참담한 심정을 분출할 데가 없어 왔다. 2차 주말 촛불집회 빼고 매번 나왔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한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포토라인에서 당당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는 반대한다. 더 큰 국정 혼란을 부른다. 야 3당이 퇴진 로드맵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대구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1만5000명(주최측 추산)의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
부산서 주말인 19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5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5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아들은 12일부터 데리고 왔다. 분통이 터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
“삼권분립이 바로 선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한다. 한국 사회는 입법·사법·행정이 분립되기는커녕 민주주의도 자리 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법권 독립이 중요하다. 검찰이 제 기능을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방동규(필명 방배추·81)
“촛불집회에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왜? 이유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아내와 벌써 세 번째 왔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무대)에도 나가고 싶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앞에 나서면 안 된다. 물론 60년 지기인 백기완(84·통일문제연구소 소장)처럼 앞에 나서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웃음).”
“시민들이 정치세력이 돼야 한다. 특히 젊은이가 세상을 주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자기들끼리 하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면 정치도 모르면서 관여한다고 하지 않느냐. 지금의 정당정치는 시민이 아닌 정당을 위한 정치다.”
박진영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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