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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탄핵 배수진 ‘시간벌기’

입력 : 2016-11-20 22:36:10 수정 : 2016-11-21 0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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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초강수… 정국 급랭 청와대가 20일 검찰수사 결과에 격렬히 반발하며 사실상 탄핵 문제를 공론화하는 초강수를 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입장 발표를 통해 ‘스스로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정치권에 차라리 ‘탄핵절차를 밟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회추천 총리’, ‘2선 퇴진’, ‘내·외치 분리’ 등으로 논란만 거듭됐던 박 대통령 거취 문제가 탄핵 정국으로 급격히 이동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초강경 대응 배경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상황에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범죄자 낙인찍기’ 프레임에 그대로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이날 수사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사건을 털고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청와대가 사실상 검찰에게 뒷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사건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는 검찰이 정치권의 요구를 못 이겨 여론몰이로 대통령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이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맹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즉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일대 결전을 불사하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고 전의를 다졌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인 헙법의 테두리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자는 것이고, 탄핵 문제도 같은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특검수사와 탄핵을 거론한 것은 일단 시간을 벌어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자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법리적인 다툼을 통해 무고함을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다음달 초부터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될 특검 수사를 ‘본게임’으로 보고, 이에 차분하게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 6인을 포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
이재문 기자
또 탄핵은 일종의 공개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나 특검의 일방적인 수사결과 발표와는 달리 심의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통해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 입장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탄핵의 경우 하야나 퇴진과 같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만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태를 풀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도 일치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탄핵은 증거를 갖고 따지는 것이니까 결론이 나게 돼 있다. 계속 논란이 거듭된다면 차라리 그런 절차로라도 본인의 결백을 밝히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실망한 지지층을 설득해 재결집시킬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감지된다. 탄핵 심판에 최장 180일이 걸린다는 점도 국면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22일 예정된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이 그대로 주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적인 문제는 법적인 문제대로 대처하고, 국정운영 사안은 또 그대로 주도적으로 맡아 국정책임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도 전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한 관계자는 “주재 여부를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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