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는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11월17일, 변호인 통해서)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겠다.”(11월20일, 변호인 통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약 보름 만에 180도 바뀌어 거짓말 논란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2차 촛불시위 개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등의 수사를 거쳐 ‘18일 대면조사’ 카드를 제안하자, 박 대통령은 변호인인 유영하(54) 변호사를 통해 “(20일까지는) 힘들고 다음주에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씨 등이 기소된 20일 박 대통령은 갑자기 돌변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번주 예정됐던 검찰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유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사상누각’이라고 폄훼하며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 등 날 선 주장을 폈다. 그는 심지어 “예단을 갖고 수사해 당사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면 검찰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 검찰 지휘부는 모두 박 대통령이 임명했음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논리다.
유 변호사는 최씨 등과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 공소장 내용을 반박하며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채 작성된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앞서 검찰이 “대통령 해명을 꼭 들어야 한다”며 요청한 대면조사를 박 대통령 측 스스로 걷어찬 점에 비춰 보면 이 주장 또한 억지스럽게 들린다.
이미 박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 발언도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연설, 홍보 등에서 최씨 도움을 받았고 청와대 보좌체제가 갖춰진 뒤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박 대통령이 올해 4월까지도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내부 문건 등을 최씨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