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패러디 봇물
지난 16일 포털사이트에는 실시간 검색에서 ‘길라임’이 1위를 차지했다. 길라임은 2011년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배우 하지원이 연기한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11년 1∼7월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차움병원을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현빈을 꼽은 바 있다. 현빈은 ‘시크릿가든’의 남자 주인공 김주원 역을 연기했다. 하지원은 지난해 10월 ‘한복의 날’ 한복 홍보대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기도 했다.
대중문화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풍자하는 각종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이 밖에도 최순실 사태를 풍자하는 여러 패러디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과정에서 프라다 신발을 흘린 것을 두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순실이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풍자한 포스터가 등장했다. 또 애플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시리’(Siri)에 빗댄 ‘순시리’(Soonsiri)도 등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조만간 근현대사 교과서에 가명을 사용한 대통령의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는 비판 섞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풍자가 이어지면서 개그 프로그램들도 앞다투어 풍자를 내세우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폐지했던 ‘민상토론’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엘티이(LTE) 뉴스’ 등을 다시 시작한다.
◆음악인들, 음원으로 분노 표출
음악인들은 최순실 사태를 비판하는 음원을 공개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장필순과 신대철, 김광진, 한동준, 윤도현 등 음악인 100여명은 최순실 사태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긴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2’를 공개했다. 지난 11일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이 함께 불러 공개한 ‘길가에 버려지다’의 새로운 버전이다.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국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일부 위정자들, 그의 주변인들에 의해 상처받고 분노한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 용기를 전하기 위해 같은 뜻을 가진 음악인들이 모여 함께 부른 곡”이라며 “우리 사회에 냉철한 판단과 진심 어린 행동을 보여준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에는 가수 안치환이 신곡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공개했다. 안치환은 노래에서 ‘오늘도 거리엔 사람들이 모이고 소리 모아 외치고 또 둘러싼 경찰들, 그들을 바라보는 높은 곳의 그분 무슨 생각하실까 생각이나 할까’라는 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정의로운 세상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허망하게 보내 버리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노래를 발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며 역사를 바꾸는 길에 음악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중가수 연영석이 지난 7일 나훈아의 ‘18세 순이’를 개사한 ‘하야해’를 공개했다. 그는 노래에서 ‘누가 이런 나라를 원했었나요, 이젠 그만해 청와대 방빼’라고 비판했다. 가수 모세는 ‘곰탕’, ‘프라다 구두’, ‘말’ 등 이번 사태를 풍자하는 표현들을 담은 ‘SS’를 공개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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