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뒤끝’이 강하고 오래간다. ‘수첩’과 ‘레이저’는 그 상징이다. 지난해 11월 유승민 의원의 부친 빈소에 끝내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상중이라도 배신자 유 의원에겐 조의조차 표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4·13 총선 공천에서 떨어진 유승민계 조해진, 이종훈 전 의원. ‘괘씸죄’ 때문이라고 실토했다는 친박계 공천위원의 ‘발언록’이 돌아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뒤끝 작렬’은 대상을 안 가리는 것 같다. 올림픽 출전 포기를 협박받은 박태환 선수.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후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고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권력자의 뒤끝은 괘씸죄를 낳고 전염된다. 비선실세로 행세하며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사람들. 피겨여왕 김연아도 이들의 희생양이 됐다. 2014년 1월 박 대통령이 체육계 스타들과 함께 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 조카 장시호는 “김연아는 문체부에 찍혔어”라고 한 말을 측근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 콘서트에서 박 대통령 손을 뿌리친 ‘김연아 동영상’이 재조명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바람에 시연회에 참석했던 리듬체조 손연재가 유탄을 맞았다. 대한 체육회 3년 연속 수상 등의 특혜 논란이 뜨겁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불굴의 의지로 감동을 선사했던 우리의 어린 영웅들. 이들을 슬프게 만든 건 ‘국민 괘씸죄’다. 진상을 낱낱이 가려 엄벌해야 한다.
허범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