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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부동산 찍고 전략산업까지…차이나머니에 잠기는 한국

입력 : 2016-11-22 20:49:43 수정 : 2016-11-22 20: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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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력 갖추고 공격적 투자 일삼아…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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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인 중국인 A씨는 지난 12일 인천시 영종도 중구의 한 관광호텔 객실 200여개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지금 당장 수익을 노린 것은 아니다. 미래에 의료·관광·쇼핑 등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들이 일대에 들어서면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한다. A씨는 또한 앞으로 의료관광 활성화로 한국 방문객들이 급증해 거두어들일 숙박비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얼마 전 은퇴 후 노후 재테크를 고민하던 중국인 B씨는 서울시 영등포구 일대에 35억여원을 투자해 330㎡평 규모 부지에 지어지는 원룸 건물 한 채를 통째로 구매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한 지인으로부터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긴 하나 강남 등 타 지역에 비해서는 여전히 싸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정보를 듣고 구매결정을 내렸다. 무엇보다 지난 3~4년 사이 임대료가 2배 이상 뛰어오른 게 결정적 투자요인으로 작용했다. B씨는 앞으로 중국에 거주한 채 한국인 관리인을 두고 건물 전체를 관리하고 수익을 챙길 계획이다.


이처럼 차이나머니의 한국 부동산 ‘쇼핑’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투자는 제주도를 넘어 영종도와 서울 전역 등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개발된 지역보다 관광지 등 개발 잠재력과 향후 땅값 및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따지며 대박이 날 만한 부동산을 찾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이나머니가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이뿐 아니다. 차이나머니의 공습은 최근 중국 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산업과 대형병원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차이나머니 공습에 부동산 들썩

지난 9월30일 중국의 대표 부동산 소식지인 ‘남경부동산소식지’(南京房地?信息)는 이와 관련해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돈을 지불한 채 한국 땅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꼴이다” “중국인들의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행보에 한국인들이 겁을 먹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돈만 있으면 한국 부동산 어디든 살 수 있다는 한국 법률에 대한 조롱도 담겨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부동산 투자가 날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저발전 지역으로 꼽히는 구로 일대로 중국인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주변 지가가 들썩이고 있다. 또 이미 지가가 크게 오른 제주도를 떠나 영종도 등 관광특구에 대한 투자 규모도 대폭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지로는 제주도, 서울에서는 마포, 목동 등이 중국부호들의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 트렌드가 확 달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영등포구 일대 중국인 구매 필지수의 상승률은 3분기 말 기준 184%로 서울시 전체 올해 상승률인 51%의 3.6배가량으로 집계됐다. 이어 구로구(106%), 강동구(30%), 송파구(29%), 마포구(24%), 서대문구(1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영등포구는 지난해 필지 증가율이 4%에 불과해 서울시 전체에서 꼴찌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증가율이 46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구로구 역시 지난해 50%에서 올해 106%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영등포구와 구로구가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낙후돼 있어 추가 개발 여지가 크고 지가 임대료 상승 잠재력 등이 높은 점에 주목해 중국인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구로구의 가산디지털단지 일대, 영등포구의 대림동 곳곳을 주변으로 중국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중국인 투자 유입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가산동에서 J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8·여)씨는 “중국인들은 중국인들이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상가, 시설 등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상가를 낸다거나 임대업을 할 목적으로 건물을 통째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병원까지 쇼핑

차이나머니는 최근 중국 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서울 강남구 일대의 성형외과 등 대형병원에도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는 2014년 이후 폭증세다. 2011년 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건수가 100건, 금액은 65억달러(약 7조6505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루어진 투자금액은 2013년의 27배 규모로 성장했다.

초기 차이나머니는 정보기술(IT)업종 중심 투자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의료 등 신 고부가가치산업 위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영화배급사 뉴(NEW)가 535억원에 중국 미디어기업 화책미디어에 2대 주주 자리를 내줬다. 애니메이션 ‘넛잡’으로 이름을 알린 레드로버 역시 쑤닝유니버설미디어에 경영권이 넘어갔으며 초록뱀은 홍콩 DMG그룹(중국A주 상장사)이 3자 배정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처럼 문화콘텐츠산업에 중국 자본이 몰리는 것은 중국 관련 시장이 성장 초기 국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4400억달러를 기록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곧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할 전망이다.

차이나머니의 공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 문화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업계에 활기를 더할 수 있다”면서도 “핵심 경영·촬영능력은 물론 인력을 빼낸 후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모두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라윤·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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