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 안정을 꾀하는 데 필요하다. 야권이 먼저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제안했던 것이다. 탄핵할 경우 몇달간 무정부 상태와 사회적 반목에 따른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선후보 경선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로드맵이 있으면 조기 대선 관리도 예측 가능해진다. 야당이 혼란 최소화의 대안을 찾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탄핵공조 균열을 우려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이 역시 당당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국회 다수권력인 거야가 난국 수습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길 바라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권은 당과 정파, 대선주자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안 도출이 쉽지 않은 처지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대선 시기는 특히 뜨거운 감자다. 정계 원로들이 제시한 ‘내년 4월 대통령 퇴진과 6월 대선’이 합리적으로 보이고 비박계도 동조한다. 여야가 이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협상하면 한 달가량 앞뒤로 조정할 수도 있다. 또 새 총리를 추천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정 전반을 맡도록 하되 총리 권한은 국회가 정하는 방법도 있다. 총리 인선이 여의치 않으면 ‘김병준 총리 카드’도 고려해봄 직하다. 아무래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핵을 할 때 하더라도 여야가 이런 로드맵이라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여야가 합의한 사안은 수용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토를 달면 곧바로 탄핵절차를 밟으면 된다. 비박계는 탄핵 가결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개헌은 짧은 기간 합의가 불가능해 여야 협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비박계도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은 명분 없다고 일축했다.
여야 협상이 이뤄지려면 친박계가 빠져야 한다. 친박 지도부는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하면 ‘12월 21일 사퇴’를 무효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앞뒤 분간을 못하는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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