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뒤늦게 탄핵안 ‘9일 처리’에서 후퇴한 ‘5일 처리’를 제안했고 야 2당은 지도부 판단에 일임했다. 그러나 5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여당의 의사일정 합의와 비박계 표결 동참이 필요해 전망이 불투명하다. 비토밖에 할 줄 모르는 야당 지도부에는 리더십도 전략도 안 보인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탄핵 공조를 이끌기는커녕 일을 그르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어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조찬회동을 갖고 퇴진 시점과 탄핵 문제를 논의했다.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거부한 야 3당 대표의 합의를 하루도 안 돼 무시한 것이다. 국민의당의 발의 대열 이탈에는 추 대표의 잇단 단독 플레이에 쌓였던 반감도 작용했다. 지난달 14일 추 대표가 나홀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철회하는 바람에 국민의당이 발끈한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가 아무런 상의 없이 대통령 단독회담을 요구했던 것처럼 김 전 대표와 회동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이 ‘플랜B’도 없이 무조건 하야만 외치는 건 ‘촛불 민심’ 때문으로 보인다. 협상에 나섰다가 역풍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촛불민심을 배신했다”며 “퇴진일정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탄핵안 의결을 촉구하며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이라면 탄핵 여부도 불확실해진다. 민주당은 비박계의 ‘내년 4월30일’ 퇴진 로드맵을 거부했으나 국민의당은 유보했다. “탄핵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추 대표가 ‘1월 말 퇴진’을 언급한 만큼 협상을 갖고 시기를 조율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비박계가 동참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촛불이 뜨겁더라도 정치권은 냉철하게 국정 정상화를 위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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