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있어 집은 ‘휴식공간’인 동시에 ‘가족’, 그리고 ‘나만의 공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응답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실제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집의 의미 및 인테리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집은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서 각 개인에게 다양한 의미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집의 의미는 물론 휴식의 공간(78.5%·중복응답)이었다. 지난해 조사에 비해서는 집을 휴식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집의 의미였다.
다만 1인가구(73.8%)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을 휴식 공간으로 여기는 태도가 약한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집을 △두 발 뻗고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67.9%) △가족을 의미하는 공간(67.1%) △잠자는 공간(63.3%) △쉼터(62.2%)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이 중 집을 가족 그 자체로 연상하는 모습은 연령이 높고, 가족구성원이 많을수록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주목해볼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집을 가장 사적이고, 소중한 공간이자, 나만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증가한 것이다.
단순히 집을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영역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집을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은 여성, 그리고 1인가구에게서 보다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여전히 TV시청…아직도 집안일은 주로 女 전담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TV시청(74.8%·중복응답)이었다.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집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활동이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평소 TV시청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TV시청 다음으로는 인터넷 정보검색(59.7%)과 집안 일(56.4%)을 많이 하였으며, 그냥 누워서 휴식(54.4%)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었다.
그 밖에 △영화감상(35.8%) △음악감상(32.8%) △커피 마시기(31.6%) △요리(29%) △게임(28.3%) △독서(27.2%) △쇼핑(26.9%) 등도 집에서 많이 하는 활동에 속했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는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거나, 영화·음악 감상을 많이 즐기는데 비해, 40~50대 중·장년층은 집안 일과 커피 마시기의 비중이 좀 더 높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안 일과 요리는 아직도 여성이 주로 책임지는 활동이라는 것 역시 눈에 띄는 결과였다.
◆83.7%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많아"
전체 응답자의 83.7%가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할 만큼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상당히 컸다. 실제 작년 조사에 비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인식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이런 인식이 보다 두드러졌다.
하지만 집에서 오래 머물고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와는 달리 집에서 보내는 시간 및 활동에는 대체로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사람들이 평소 집에서 보내는 시간(주중·평일 기준)은 평균 11.7시간으로, 지난해 조사(12.3시간)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남성(10.6시간)보다는 여성(12.9시간), 20~40대보다는 50대가 집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다른 가족형태에 비해 1인가구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적은 특징도 뚜렷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60.7%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작년보다 줄어든 편이라는 응답(18.6%)과 늘어난 편이라는 응답(20.8%)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작년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년도보다 증가한 것 같다는 의견이 소폭 감소했다는 점에서,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밖에 나가기 귀찮고, 나가면 돈 쓸 일 많아져"
작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고 밝힌 사람들은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서(45.1%·중복응답) 집에 많이 머물게 된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젊은 층일수록 집에서 쉬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다. 또한 △밖에 나가면 괜히 돈을 쓸 일이 많아지고(35.2%), 굳이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29.2%)는 의견이 많았으며 △지출을 줄이고 싶고(28.7%)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으며(27.7%) △밖에 있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해서(24.3%)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 이유는 연령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했는데, 20대는 다른 연령에 비해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40대는 지출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상대적으로 강한 특징을 보였다. 50대는 밖에 나가면 괜히 돈 쓸 일만 많아지고, 굳이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인식이 가장 분명했다.
◆집에서 '부모', '배우자',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감소
집에서 각각의 활동을 하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특정한 활동을 하는 시간의 경우 대체로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전체 10명 중 6~7명에 달했다. 다만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활동 시간에 대해 작년보다 늘어난 편이라는 의견보다는 줄어든 편이라는 의견이 좀 더 많다는 점에서, 집에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활동하고, 즐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에서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63.5%가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하는 가운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늘어났다는 의견보다 훨씬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기혼자가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유자녀 기혼자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 역시 작년보다는 감소한 것으로 보여졌다. 반면 집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개인적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작년과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인 가운데,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자가 줄어들었다는 응답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0명 중 4명 "먹방과 쿡방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
한편 최근 △집방(집의 리모델링 및 부분 수리를 해주거나 정보를 주는 방송)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를 하는 방송) 등 집과 관련된 활동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집방 보다는 음식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집방의 경우 평소 좋아하고 즐겨보거나, 일부러 찾아서 보는 시청자가 적었다. 집방을 보고 나면 내 현실과 비교하게 되어 기분이 나쁘다는 의견은 별로 없었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된다는 의견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먹방과 쿡방은 10명 중 4명 정도가 좋아하고, 즐겨보는 편이었으며, 일부러 찾아서 본다는 사람들도 10명 중 2명 정도로 집방 보다는 많은 편이었다. 또한 먹방이나 쿡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된다는 의견도 각각 41.1%, 37.9%로, 먹는 즐거움과 요리의 즐거움을 간접 체험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은 △집방 35.4% △먹방 48.3% △쿡방 49.5%로, 모두 시청자의 욕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 프로그램을 본 후 실제 행동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집방을 보고 난 후 집 인테리어를 바꿔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10.5%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먹방에 나온 맛집을 찾아가 보거나, 쿡방에 나온 요리를 시도한 경험은 비교적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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