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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권력이 부른 학살… 완장의 만행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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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7 01:04:09 수정 : 2016-12-07 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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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파리 그랑 팔레 볼탄스키 전’의 ‘사람들’
세상 사람들은 ‘완장’을 차게 되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동족상잔의 시기에 우리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평시에도 이념이나 사상, 종교, 정치권력이라는 완장이 문제다. SNS상에서의 마녀사냥도 현대판 신종 완장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1944~)는 나치 등의 문제를 완장이라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다. 권력이나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완장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넌지시 은유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헌 옷이 쌓여 있는 설치작품이 볼탄스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산처럼 쌓여 있는 옷들은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이들은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고,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은 쓰나미에 떠내려 온 희생자들의 옷가지를 생각했다. 6·25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피난 행렬과 이웃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옷)를 통해서 각각의 기억 속에 내재된 죽음의 이미지를 끌어오고 있다. ‘완장’이 저지른 흔적들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파리에서의 기억이 볼탄스키로 하여금 완장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당시 파리에서는 ‘유대인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법이 있었다. 하루는 볼탄스키의 고양이가 이웃집에 오줌을 싸면서 일이 벌어졌다.

관계가 좋았던 이웃집 아주머니였지만 돌연 “당장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대인이라 어쩔 수 없이 그날 고양이를 죽이고 말았다. 당시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향한 금기의 시선은 완장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도 잘못된 완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종교는 자신들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오류에 빠져들 수 있다. 내 종교 말고 다른 종교는 다 무지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완장이다. 악한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또 악독한 성격이라서 악인이 되는 건 아니다.”

볼탄스키는 누구나 완장을 차면 못된 짓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인류 불행을 막는 수단이라고 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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