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피의자’라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국가 비밀문서 입수와 인사 개입 등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통해 이권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최순실 사람들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는 그제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서 각각 “최씨와 대통령이 같은 급”,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했다. 이들의 입에서 ‘공동정권’이란 말이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가 보다 분명해졌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응답은 78.2%에 달했다. 이런 성난 민심을 표출하기 위해 수백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어도 여섯 차례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건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탄핵안 표결은 그 이정표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그러나 막판까지 탄핵 저지에 안간힘을 쓰면서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계파 생존을 위해선 명분도, 국민도 안중에 없다는 뻔뻔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 열쇠를 쥔 비박계를 흔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내년 4월 사임, 6월 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박 핵심들은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 의사를 육성으로 밝힐 수 있도록 강력한 ‘릴레이 건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지도부와 중진들은 초선의원을 상대로 반대표 행사를 압박 중이라고 한다. 탄핵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개탄스럽다.
야 3당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탄핵 사유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 관련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비박계 요구는 끝내 거절했다. 본회의 보고 탄핵안에는 세월호 부분이 그대로 적시됐다. 이는 법률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일부 비박계 의원의 탄핵 동참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야당이 의원직까지 던질 각오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은 통과된다. 그러나 ‘무기명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탄핵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겨우 넘기는 것과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심판하는 건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가 민의를 받드는 결과를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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