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경쟁과 별개로 내각은 경제문제에 집중하도록 해야"
지속되는 정치 불안에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중요 경제현안 추진이 중단되면서 경제가 회복은 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교체를 둘러싼 혼란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 결에 비해 영향력과 파장은 작지만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맞는 이례적인 국면에서 힘있게 경제정책을 추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국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대책 ,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교역대책 등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가 산적해 있다 .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여야가 대권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더라도 경제에 관한 한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 경제현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주요 쟁점법안은 제쳐두고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야는 소신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 실기하지 않도록 조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향후 성장동력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소추안 가결에도 당분간 혼란 불가피…파장 최소화 시급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정치권은 당분간 혼돈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경우에도 심판 결정까지 최소 2달이 걸리는 데다 국회와 대통령간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커지게 되면 최대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 그 기간 동안 황교안 권한대행체제가 국정을 관리해야 나가야 하는데, 야당은 황교안 대행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내각 운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경제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등 시급한 경제현안은 또다시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당장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간 어정쩡한 경제 콘트롤타워 문제가 해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국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데다 역할 마저 불분명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제팀으로서는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수 밖에 없다.
◇ 경기지표 개선기미 안 보여… 성장률 더 악화 우려
그동안 정치적 불안이 극대화되면서 최근 경기지표 역시 경기둔화세가 뚜렷하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전 분기(3.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기 대비로도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1% 내외 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낮은 수준으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경착륙과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수 또한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치 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의 소비 위축과 투자 지연은 물론 생산 및 노동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면서 내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국 혼란이 가중된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0%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KDI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내년 2% 성장을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신용등급 하향 의사를 내비쳤다.
◇ 미 금리 인상 목전…가계 부채 증가·자금유출 등 후폭풍 예고
대외적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대선 이후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저금리 기조 하에 우리나라와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의 자금이 유출돼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 “금융 및 외환시장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가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여야, 경제살리기 매진해야…경제부총리 임명 시급
따라서 여야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경제 분야에서 만큼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정치권 정치 일정과는 별개로 경제팀 운영에 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탄핵정국은 잘 수습했지만 지금은 경기가 부진한데다 불확실성까지 겹쳐 있다”며 “탄핵 이후 국정 불안정성이 높아질 경우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들 더 위축돼 구조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외 경기여건이 악화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분야의 컨트롤타워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형태로 독립시켜 추진해야 한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겸 부총리 내정자가 어정 쩡한 형태인데, 이런 상황에선 각 경제부처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여야가 내년 대선을 놓고 경쟁하더라도 경제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며 “특히 서둘러 경제부총리 등 컨크롤타워를 재정립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탄핵 가부를 떠나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경제부처와 국회에서 추진되는 모든 정책이 멈춘 상태"라며 "장관이나 고위 관료 등이 열심히 하려고 해도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기업구조조정 등의 경제현안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투입해야 할 국민 혈세가 커질 수밖는 구조"라면서 "여야가 부총리에게 한시적으로 전권을 부여해 (정책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식의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광섭 기자 songbird8033@segye.com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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