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은 집권 여당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기도 하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은 128명 가운데 62명이다.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다. 여당 의원들 스스로 회초리를 들고 자신들의 종아리를 때린 셈이다. 분노한 민심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탄핵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선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조장, 비호한 잘못을 박 대통령과 함께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엄중한 민의를 거스를 수 없는 이유는 간명하다. 언론보도와 검찰수사를 통해 보수권력이 탐욕스러운 기득권 세력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광장 목소리는 대통령의 법치 농락에 대한 책임을 새누리당에도 묻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손팻말은 보수 여당의 통절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5%와 새누리당의 한 자릿수 지지율은 새누리당 해체와 보수의 탈바꿈을 재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제 해체를 선언하고 새롭게 거듭 태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에 대한 사과가 먼저다. 반성과 참회가 없는 새 출발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에 기대 호가호위했던 친박계 지도부는 자중하고 또 자중해야 한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의 대변자들과 지지자들은 긴 고난의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그 여정을 통해 변신이 아니라 변태를 해야 한다. 권력의 단맛에서 깨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새시대에 맞는 가치로 무장하고, 국가의 미래를 향도할 목록을 준비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약속하고 사회구성원을 통솔할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 뼈를 깎는 참회가 없이는 다시는 보수의 목소리로 권력의 곁불조차 쬐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