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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톡戰] 2만→30만→100만→190만→232만→?

입력 : 2016-12-10 11:38:18 수정 : 2016-12-10 11: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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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불러온 원동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든 수많은 시민의 힘이 만들어 낸 혁명이었다.

첫 촛불이 밝혀진 것은 10월29일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난 뒤 처음 열린 집회였다. 당일 집회 전까지만 해도 촛불이 온 국가를 뒤흔들 만큼 거대한 존재가 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경찰은 그날 순간 최다 운집인원을 3000∼4000명으로 예상했다. 서울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집회는 연중 드물지 않게 열린다.

다만 여론이 워낙 경악했던 터라 향후 집회 규모를 가늠할 계기로 여겨져 경찰과 정치권도 예의주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집회 규모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누적인원) 2만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1만2000명으로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노동조합 등 기성 단체들이 구성원들을 조직해 참여시키던 기존 집회들과 달리 이날 집회에는 언론보도를 보고 격분해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는 점도 달랐다. 집회에 평생 처음 나왔다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특정 사안이 불거지면 그에 관계된 정부 기관을 비판하거나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구호가 많았던 것과 달리 이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하야하라'거나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던 것이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던 촛불의 중량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지난달 5일 열린 2차 집회는 서울에서만 주최 측 추산 20만명, 지방을 포함하면 30만명이 참가할 만큼 세가 불었다. 지난달 12일 3차 집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다인 100만명(이하 주최 측 추산)까지 참가자가 증가했다.

한 차례 숨 고르기가 예상됐던 4차 집회도 한 주 전과 맞먹는 95만명이 전국에 모였고, 눈·비에 기온까지 떨어진 5차 집회에는 전국에 190만명이라는 인파가 촛불을 들고 나와 추위를 무색하게 했다.

바람이 불어도 꺼질 줄 모르던 촛불의 세는 지난 3일 6차 집회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 43만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메워 명실상부 헌정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됐다.

촛불이 전국을 달구는 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연거푸 곤두박질쳐 역대 최저 수준인 4%까지 떨어졌다. 법원이 청와대 인근 행진을 매주 허용하는 결정을 해 청와대와 시위대 간 거리가 100m 수준까지 가까워지기도 했다.

열기는 뜨거웠지만, 행동은 차분했다. 촛불 시민 대다수는 '비폭력'을 외치며 경찰과 충돌을 피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고, "경찰도 같은 시민"이라며 보듬는 모습을 보여 각국 외신까지 주목하게 했다.

촛불의 이런 열기는 집회 추이를 민감하게 주시하던 정치권까지 견인했다. 야당은 촛불집회 현장에 당력을 총동원했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내에서도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자 7차 주말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됐다.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 △불참 1명.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의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주말인 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는 '축제의 장'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앞서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촛불집회는 변함없이 열린다고 공지했다.

탄핵안이 부결됐다면 분노한 시민들이 대거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판·성토하는 장이 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촛불집회는 '국민의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의 장이자,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것이 주최 측과 시민들의 예상이다.

지금까지의 촛불집회가 가수들의 공연 참여와 깃발·퍼포먼스 등을 통한 풍자의 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일 집회는 이런 분위기가 더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부결됐을 때와 견줘 광화문에 나오는 인파가 다소 줄어들 수도 있지만, 국민의 승리를 기념하며 더 많은 시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87년 6월항쟁 당시에도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선후보의 6.29 선언 이후인 7월 초 이한열 열사 장례식 집회에 서울에만 100만명, 전국적으로 16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는 기록이 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면 1차 행진을 벌이고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6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본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다시 청와대 방면으로 2차 행진을 할 방침이다.

전반적으로 한 주 전인 이달 3일과 비슷한 순서와 경로로 진행된다. 1·2차 행진이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자하문로·효자로·삼청로 등 세 방향으로 청와대를 에워싸고 청와대 100m 앞까지 가겠다는 방침도 변함이 없다.

광화문광장 바로 인근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리는 것은 한 주 전과 다소 다르지만, 탄핵안이 통과된 만큼 다수인 촛불집회 참가자가 흥분해 이들과 충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퇴진행동은 탄핵이 가결됐다고 촛불집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평일 저녁과 주말마다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몰려가는 행진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도 탄핵가결에 따른 기쁨을 안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시민은 "부결되면 진짜 횃불을 들고 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가결이 돼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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