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카 주인 김동규(44)씨는 “어제 탄핵이 가결된 이후 이를 축하하기 위한 계란도 삶아서 나눠줬다”며 “지금까지 두유는 1만5000개, 계란은 1000여개 정도 나눠줬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둡지만 시민들이 신나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의 한 카페에서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화장실과 차를 제공했다. 이 카페 주인은 “5차 집회 전에는 차벽이 있어 사람이 적었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지나다니니까 따뜻한 차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며 “지난 주에는 5000잔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7번출구 앞 노점상에서는 “무료 떡볶이 드시고 가세요”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처음엔 쭈뼛거리던 행인들은 이내 삼삼오오 몰려가 떡볶이가 담긴 종이컵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떡볶이를 종이컵에 옮겨담는 노점상 아주머니의 손도 분주해졌다.
앞서 서울 서부지역노점상연합(서부노점상련)은 전날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떡볶이를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공언했다. 약속대로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4시까지 신촌과 이화여대, 홍익대 인근 총 4곳의 노점상에서 진행됐다.
떡볶이를 받아든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초등학교 6학년 김은채(12)양은 “무료라고 해서 받았는데, 받을 때 옆에 박근혜 탄핵 가결 축하라고 쓴 것 보고 왜 나눠주시는지 알았다”며 “뜻 깊은 행사인 것 같아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은 목이 쉴 정도로 무료 떡볶이 홍보에 열중이었다. 신촌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신종철(59)씨는 “평소에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매일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켜는데 우린 장사하느라 몇 번 나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이렇게라도 시민들과 탄핵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애초 3000인분이 마련된 떡볶이는 예상보다 더욱 뜨거운 시민들의 반응에 1000인분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부족한 재료들은 노점상끼리 서로 공수하기도 했다.
김원용 민주노련서부노점연합 지부장은 “노점 연합이 조금씩 돈을 모아 비용을 마련했고, 서로 시간을 쪼개 도와주고 있다”며 “박 대통령 탄핵 가결로 우리 서민들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능성이 열린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주영·권지현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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