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를 뒤흔든 최순실 사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 바로 ‘언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수많은 기사들이 파생됐고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는 박수를, 일부는 대중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이 같은 기성 언론의 위상 회복 혹은 추락을 유독 남달리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언론인 지망생들이다. 이들이 꿈꾸는 기자의 모습은 지금의 언론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비슷할까. 7차까지 이어진 집회 현장에 촛불을 들고 나타난 예비언론인, 신생 뉴미디어 언론사 대표 등의 목소리를 들었다.
신생 뉴미디어 매체 ‘어니언스’ 대표 박종화(28·여)씨는 기성 언론의 이번 최순실 관련 보도에 대해 “호평 반, 아쉬움 반”이라고 밝혔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그는 지난 1월 일상의 정치, 일명 ‘먹고사니즘’을 표방하는 대안언론사를 직접 만들었다. 박씨는 “박근혜 게이트 취재를 모든 언론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촛불집회도 왜곡 없이 잘 보도된 것 같다”며 “각 언론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하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반성과 기자들의 사명감이 녹아 있었다고 보인다”고 평했다.
뉴스퀘어라는 매체가 만든 ‘최순실 모바일 가상극’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 박씨는 “핸드폰만으로 최순실 사건을 요약해 보여주는데 압도적이고 이입이 잘 돼 분노까지 만들어내더라”며 “가십성으로 ‘약품 몇가지가 나왔다’가 아니라 상황을 독자에게 이해시켜 이런 ‘선한 분노’를 만들어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준비생 김모(29)씨도 3차 촛불집회부터 10일 7차 집회까지 네 차례 거리로 나와 ‘모의 리포팅’ 연습을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매번 다른 주제로 리포팅과 인터뷰 연습을 했다는 그는 “오늘의 주제는 ‘탄핵 가결 이후 시민들의 바람’”이라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골고루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앞두고 국회 집회 현장에 나갔다는 기자 준비생 이모(25·여)씨 역시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JTBC 취재진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높아진 위상을 느낄수 있었던 반면 KBS에는 다들 인터뷰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마이크를 막 들이대로 카메라를 보라고 했다”며 “당시 KBS 기자의 다급한 표정,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람들 모습 등은 내게도 충격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같은 언론사에 대한 반응과 일련의 보도 등을 지켜보며 기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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