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은 해마다 육 여사 생일(11월 29일)과 서거일(8월 15일)에 맞춰 열던 탄신제(숭모제)와 추모제를 통합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악화된 국민 여론과 시민단체 목소리를 의식한 조치다.
두 행사는 순수 민간차원에서 시작돼 2010년과 2014년부터 군비를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탄신제에 700만원, 추모제에 253만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은 이 같은 예산지원이 부당하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은 지난달 29일 탄생 91주년 숭모제 행사장 앞에서 "육 여사 업적을 미화하는 행사에 왜 혈세를 퍼주느냐"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옥천군 홈페이지 등에도 비난 글이 쇄도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 올해 규모로 지원하는 것으로 편성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그대로 시행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며 "주최 측에 이런 상황을 전달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탄신제를 여는 민족중흥회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육 여사에게 표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무리 탄핵 정국이지만, 육 여사의 숭고한 봉사정신과 소박한 삶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육씨 종친도 "대통령의 과오를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다"며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한 예산안을 번복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옥천군과 군의회는 들끓는 민심을 고려할 때 두 행사의 통합이나 지원 중단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옥천군의회 안효익 의원은 "군청에서 탄신제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예산을 확정하기 전에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옥천군은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옥천읍 교동리의 육 여사 생가를 복원한 뒤 주변 관광지 개발 등 '육영수 마케팅'을 해왔다.
내년에는 생가 인근에 국비 등 81억원이 드는 전통문화체험관 건립도 추진 중이었다.
옥천=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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