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를 먼저 제안한 것은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9일 탄핵안 국회 의결 직후 잇따라 국정공백 보완을 위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11일 기자회견에서 “12일부터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이런 것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는 국정의 중심을 잡는 무거운 책임을 정부와 함께 져야 한다”고 여야정협의체 구성 요구에 합류했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탄핵 이후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수권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근혜정부에서 법무부장관·국무총리를 지내며 정권 핵심부로 활동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운신폭을 좁히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황교안 권한대행 주재 국무위원 간담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여야 모두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협의체 가동은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의 범위다. 야당이 정부·여당이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에 급제동을 걸 것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다. 야당은 교과서 국정화 폐지 원칙이 확고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 협상 등은 물론, 올해 상당한 갈등을 빚은 사드배치 문제와 같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야당과 정부 간 시각차가 상당하다.
야당은 최소한 사드배치,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상 등은 폐기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조치,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전국 확산 문제 등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민생 현안을 낱낱이 점검하겠다”며 “또한 국정농단으로 그동안 잘못 추진된 국정 교과서 등 국정현안을 바로잡고 쇄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탄핵안 처리 후 국회가 12월 임시국회를 바로 여는 것도 국정수습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의제에 대해 논의한다. 야권은 쌀값 문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대구 서문시장 화재 후속 지원 등 민생 현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여당은 민생현안 논의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개헌특위 구성도 의제로 제시할 방침이다. 정 원내대표는 “우선 국정수습이 먼저”라며 “여야정협의체 외에 개헌특위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도형·홍주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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