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으로 이뤄진 표결에서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의 ‘가(또는 可)’, 아니면 반대한다는 뜻의 ‘부(또는 否)’만 투표용지에 표기하도록 안내받았다.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투표용지 299개 가운데 찬성표는 234개, 반대표는 56개, 기권은 2개, 무효는 7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표결에서 다소 어이없는 무효표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당시 검표위원들에 따르면 한 의원은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한자로 ‘否’ 대신 ‘不’를 적었다. 이는 무효로 처리됐다.
다른 의원은 투표용지에 인쇄된 ‘가 또는 부’의 ‘가’에 동그라미(㉮)를 그렸고, ‘가’를 적고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둘 다 기표 원칙에 어긋나는 무효표다. 그런가 하면 ‘가’를 썼다가 두 줄을 긋고 ‘부’를 쓰고, 다시 두 줄을 긋고 나서 ‘가’를 써 갈팡질팡한 흔적을 남긴 의원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무효다. 한 검표위원은 11일 통화에서 “투표 전 본회의장 의석 단말기에 기표 방식을 안내했는데도 무시했거나, 일부러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7개의 무효표를 누가 만든 건지, 어느 당 소속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은 전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맞는다면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고민 끝에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쉬운 한자를 틀리거나 단순한 기표 방식조차 숙지하지 않는 등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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