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는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을 문제삼은 정치적 탄핵이었다. 이번에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민심이 일궈낸 결과다. 시민혁명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검찰 수사 결과도 탄핵 소추 근거가 되고 있다. 어제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도 공모관계에 있다. 취임 후 일정기간 이뤄졌다던 문서유출은 올해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헌재 결정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탄핵소추 청구가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번 탄핵심판은 2004년에 비해 법리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탄핵사유로 다양한 행위가 적시된 데다가 검찰 기소에 따른 재판과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된 다음에야 헌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헌재가 이 논리대로 소극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탄핵심판은 한없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정공백 속에 헌재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탄핵심판은 대통령 징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형사소송과는 엄연히 달라야 한다. 헌재가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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