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조차 변변치 못했던 나라. 1960, 70년대만 해도 그랬다. 초등학교에서는 구호물자로 받은 분유를 끓여 나눠 줬다. 국격? 언감생심이다.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말, “국격을 훼손한 대통령.” 그런 욕을 먹는 것도 아버지 때의 ‘한강의 기적’ 때문이 아닐까.
안희정 충남지사. 한자 이름 희정(熙正)은 박 전 대통령과 똑같다. 순서만 다르다. 박정희시대를 비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 그에게 금배지 한 번 달아주지 못한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힘없는 대통령은 논산 출마에 애쓰던 안희정을 돕기 위해 이완구 당시 충남지사를 만났다고 한다. “한 번만 도와 달라.” 눈빛이 간절했다고 한다. “화끈하게 도와줬다”고 했다. 그런 안 지사 왈,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두고 한 말이다.
시대에 따라, 보는 눈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그런 예는 수없이 많다. 사육신 박팽년. 충청도 관찰사였다. 세조에게 올린 글에는 자신을 신(臣)이 아닌 거(巨)라고 쓴 인물이다. 옥중에서 숨진 뒤 거열형에 처해진다. 영원한 죄인으로 남았을까. 숙종 17년, 1691년 관직을 회복하고 영조 34년, 1758년에는 이조판서에 증직됐다.
또 난도질당하는 박 전 대통령. 딸 때문이니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궁금해진다. 지금쯤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밤을 새워 변론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것이 무에 그리 중요할까. 아버지 얼굴에는 붉은 페인트가 뿌려지지 않는가. 딸이라면 몇 날 며칠 밤낮을 펑펑 울어도 모자랄 일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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