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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왠지 차갑고 도도할 것 같았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드라마는 '미생' '육룡이 나르샤', 영화로는 '들개'와 '소셜포비아'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며 주로 선 굵고 개성 강한 연기를 해왔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멜로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울릴까'란 생각을 한 것 역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의 미소'라고 할 정도로 변요한은 완벽하게 '로맨틱 가이'로 변신해냈다.
"극 중 채서진(연아 역)씨와 스킨십 하는 장면을 찍는데 민망했어요. 하지만 변요한이 아니고 (극중 배역인) '한수현'이 하는 거니까요.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보여줘야 했거든요. 수현이는 연애는 오래했지만 표현은 잘 못해요. 용기 내서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름답죠. 러브신 찍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채서진씨와는 학교 동문이라 편하게 연기했어요."
인터뷰에서 배우에게 '실제 생활에서는 어떻게 연애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 궁금해 물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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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2016)/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저요? 그냥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연애하죠. 특별한 게 없는데. 뭐가 좀 다를 것 같나요? 연애할 땐 주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취향에 잘 맞추는 편이에요. 그래서 연애할 때마다 다 똑같은 스타일로 한다고는 할 수 없죠.(웃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타임슬립' 소재에 로맨스를 가미한 영화로, 프랑스의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원작소설의 이야기 줄기를 그대로 따라간다.
군대에 있을 때 원작소설을 읽었다는 그는 몇 년이 흘러 동명의 영화에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안을 만큼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특히 그는 영화에 '한국 정서'가 잘 녹아들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음…. 드라마 '미생'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이성민 선배님, 그리고 임시완씨를 보면서 '오차장'과 '장그래'의 본질적인 마음은 어떤 걸까 하고요. 원작인 웹툰은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었잖아요. 하지만 이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뭘까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마찬가지예요. 원작소설을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서나 상상력은 다 다르겠죠. 저도 주인공의 마음이 뭘까 그 본질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그 인물에 더 다가가지 않을까란 희망으로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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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이하게 이 작품에서 선배 배우 김윤석과 '2인 1역'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수현'은 30년 전 '과거의 나'이고, 김윤석이 분한 '수현'은 30년 후 '지금의 나'다. 2인 1역이라는 이 난감한 과제를 두고도,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변요한은 일부러 김윤석과 '닮기 위해' 애쓰지는 않았다. 선배의 행동을 관찰하고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좋았다는 거다.
"김윤석 선배님은 꼭 말씀으로가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시는 리더십이 있으세요. 이 작품 하면서 고민이나 부담감이 있으면 안 되겠단 각오로 임했고, 선배님은 마치 '마음의 놀이터'처럼 제가 실컷 뛰어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셨죠. 그런 환경에서 제가 놀지 못하면 예의가 아닌 거잖아요.(웃음) 선배님은 뭐랄까. 내공과 여유도 물론 있지만, 여느 배우와 마찬가지로 계속 고민하셨어요. 그리고 '또 다른 나'였던 저를 사랑해 주셨어요. 진심으로 따뜻했죠. 마음은 따뜻하고 가정적이시고, 그러면서도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고독이나 히스토리가 느껴지는, 그런 선배님이세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지난 14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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