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촛불 민심’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7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거리로 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시민들이 탄핵의 동력이 됐다는 것.
이들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집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땀 흘린 또 다른 시민들이 적지 않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촛불집회의 숨은 주역인 이들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싣는다.
이들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집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땀 흘린 또 다른 시민들이 적지 않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촛불집회의 숨은 주역인 이들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싣는다.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 때 무대 앞에 있던 청각 장애인 분들이 저희 수화 동작을 따라 하면서 가수 양희은씨 노래를 같이 부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노래 가사가 수화가 아닌 자막으로만 제공됐다면 그분들은 자막을 보며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7주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수화 통역사 박미애씨가 지난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사랑합니다’를 뜻하는 수화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재문 기자 |
“2∼6차 촛불집회 땐 소속된 곳은 다르지만 뜻을 같이하는 수화 통역사 2∼4명이 함께 활동했습니다. 7차 촛불집회 때는 저를 포함한 6명으로 자원 봉사단이 꾸려졌습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촛불집회 장기화에 대비해 수화 통역 자원봉사자를 공개 모집, ‘수화 통역 재능 기부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17일 8차 촛불집회부터 본 대회뿐 아니라 사전 행사와 사후 행사 수화 통역도 제공하며, 청각 장애인들이 자유 발언에 나설 경우에는 비장애인들을 위한 음성 통역도 지원할 예정이다.
“본 대회 수화 통역은 3명이 20∼30분씩 번갈아 가며 합니다. 그쯤 해야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죠. 4차 때는 날이 추워 손이 어는 바람에 10분씩 돌아가며 했습니다.”
박씨를 비롯한 수화 통역 자원봉사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다름 아닌 추위다. 한 명이 수화 통역을 하면 다른 한 명은 손을 녹이며 대기하고, 나머지 한 명은 스크린에 수화 모습이 잘 나오는지 모니터링한다.
박미애(왼쪽에서 두 번째)씨를 비롯한 ‘수화 통역 재능 기부단’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수화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촛불집회에 나온 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행진하며 주변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박씨의 중요한 일이다. 청각 장애 1급인 함효숙(45·여)씨는 “촛불집회에 3차례 나왔는데, 그때마다 박미애씨가 통역을 해 줬다”며 “(박씨 덕분에)집회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함께할 수 있는 촛불집회를 만들어 나가는 게 박씨의 바람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청각 장애인 분들이 매번 ‘스크린의 수화 화면이 너무 작고 어둡다’, ‘멀리서 안 보인다’ 같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수화 화면을 스크린의 5분의 1 정도로 늘리거나 스크린 상단으로 올려 주고, 수화를 모르는 장애인을 위해 스크린에 자막을 넣어 달라는 의견도 거셉니다. 비장애인들의 수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청각 장애인 분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서 조금씩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씨는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 처벌-적폐 청산의 날’로 선포된 17일에도 어김없이 광화문광장에 나선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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