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운 50여대의 관광버스가 17일 서울 종로구 충신시장 인근에 주차돼 있다. 이들 버스는 꼭두새벽부터 지방 도처에서 출발했다. 이창훈 기자 |
버스를 대절하는 데 들어간 돈만 수천만원대. 양산에서 온 버스기사 김모(53)씨는 “왕복 100만원에 계약했다”며 “45인승이 꽉 찼고 탑승객은 1인당 2~3만원씩 낸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버스회사 소속 정모(50) 기사는 “대구 반월당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다”며 “대구-서울 왕복 비용은 보통 70~80만원선”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8주째 진행되면서 박사모 등의 ‘맞불 집회’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파들은 주로 지방에 머물며 ‘이합집산’ 전략을 폈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지방 단체 회원들까지 서울로 총동원되는 모양새다. 보수단체는 촛불집회의 본산인 서울 광화문에서 세력을 불려 수적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지방에서 올라온 보수단체 회원들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있었다. 평균 회비 2만원씩을 내고 참가한 회원들은 식사까지 제공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대구 월남전참전용사모임 소속의 안형준(71)씨는 “오전 7시에 출발해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받았다. 대구에서 올라온 보수 단체의 수가 지난 주 집회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웃었다.
이들 단체는 지방의 경제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모 중앙회 간부였던 이용범(68)씨는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는 지방의 중소기업이나 경제인에게 활동비를 충당 받는다”며 “기독교협회, 무궁화포럼 등 지방에서 올라온 버스를 모두 합하면 100대정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헌법재판소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박정희대통령육영수여사숭모회 등 50여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헌법재판소 인근인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앞 삼일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어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장미꽃을 들거나 ‘탄핵무효’·‘계엄령 선포하라’ 등 피켓을 앞세우고 박 대통령이 ‘억지 탄핵’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병대전우회 회원들은 군복을 입고 참석했다.
글·사진=안병수·이창훈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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