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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답변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연설문을 최씨로 하여금 한 번 살펴보게 한 이유는 직업관료나 언론인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의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발표되기 직전에 최씨의 의견을 구한 것이어서 그 내용이 이미 외부에 알려지거나 국익에 반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없었기에 공무상 비밀누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를 속칭 ‘키친 캐비넷’이라고 하는데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나도 연설문 쓸 때 지인들 의견을 듣는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다.
대리인단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반박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점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 측은 “국회의 소추 절차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아무런 기회도 제공되지 않아 무죄추정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잘못 적용한 것이란 시각이 법조계에 널리 존재한다. 무죄추정 원칙은 형사재판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고위직 공무원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과 징계 성격이 짙은 탄핵심판 절차에는 준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것도 무죄추정 원칙의 예외임을 보여준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과정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 등 형태로 얼마든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촛불시위를 ‘질풍노도’, 언론 보도를 ‘의혹 제기’로 폄하하는 시선도 드러냈다. 답변서는 “(탄핵 사유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 기사뿐이고 명확하게 소추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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