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8차 주말 촛불집회에서는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연하장 보내기 운동’이 관심을 끌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수백∼수천통의 연하장을 보내 ‘바른 결정을 열망하는 국민 여론을 직접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엽서에는 ‘촛불의 불빛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엔 한 시민단체 주도로 ‘시민참여위원회 시민평의회 추진단’이 결성됐다. 국가 비상시국에 시민이 할 일을 논하고 정부의 능력과 도덕성을 견제한다는 취지다.
일련의 현상은 시민이 정치·사회 현안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 성격으로 평가된다. 여론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행태도 이 같은 움직임에 기름을 부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의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장 민주주의를 경험한 시민들이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올리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개헌 등 전반적인 (민주체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통령 탄핵 무효를 촉구하며 제8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앞을 행진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최근 정치스타트업 ‘와글’이 ‘촛불민심을 대표하는 시민 대표를 선출하자’고 제안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접 민주주의 형태에 가까운 ‘온라인 시민의회’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한 뒤 시민 대표단을 통해 정치권과 언론 등에 전달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취지였다. 이 제안에는 방송인 김제동 등 1141명이 동참했다.
한편 8차 주말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7만명(전국)이 모여 박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김범수·남혜정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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