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황당한 변론’ 반발
특검이 시시비비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 심판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각하 또는 기각을 주장했다.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이 어제 공개한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 부인했다.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은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차 대국민담화에서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만큼 헌재에서 법적 다툼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어제 공개된 24쪽 분량의 답변서는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뇌물죄 등은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시간을 끌려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 탄핵 여론이 80%에 달했고 국회가 압도적 다수로 탄핵안을 의결했던 이유는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정을 민간인인 최씨에 의존하고, 청와대·정부 관료가 최씨 지시대로 움직여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했다는 공분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순실 등이 국정 및 고위공직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도 없다”고 했다. 일부 인사 과정에 최씨 의견을 참고했다고 해서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건 아니라는 논리다.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에서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한다”고 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잘못한 게 없으니 책임질 일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최씨에게 넘긴 각종 문서도 “대통령 지시로 전달된 게 아니다”고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통치권자의 ‘꼬리 자르기’ 변명은 옹색하다. 대한민국에 과연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구차한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탄핵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황당한 변론을 듣는 국민 마음이 흘러내리는 촛농처럼 피눈물나겠다”고 했다. 특검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청와대 압수수색 등 엄중한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헌재의 불편부당한 심판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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