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주자들은 탄핵 이후 촛불민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방향 진단에는 일치하면서도 이를 위한 방식을 놓고선 입장이 엇갈린다. 야권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사실상 대선 경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후보별·정당별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내년 초 정계 개편 가능성도 있어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을 적폐 대청소의 기회로 바라봤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검찰·재벌·행정·언론·입시 등에서의 불공정 구조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한민국 구체제의 종언”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 낡은 기득권 체제의 혁파”라고 진단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세기 낡은 정치와 권위주의, 정경유착, 정치검찰의 탄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권교체 후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대선 전 개헌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은 “촛불은 국가 대개혁의 요구”라는 논리로 개헌 논의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촛불 시민혁명을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으로 끝내자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개헌의 깃발을 들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권 지지층은 개헌론을 놓고 대권주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로 공격하는 등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 후 야권 통합론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 직후 첫 주말인 11일 “내년 1월부터 야권 통합운동을 해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분열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단일대오를 이루면 분열된 야권으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대단히 결례되는 이야기”라고 받아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혁명밖에 없다”고 말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지극히 위험한 발언으로 혼란과 불안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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