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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연합당과 이석기의원내란음모사건피해자한국구명위원회 등 10여개 진보단체는 이날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진당 해산 무효’와 ‘박한철 헌재 소장 수사’를 촉구했다. 헌재는 2014년 12월19일 통진당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정당 해산을 결정하고,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논란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가 통진당 해산 심판 선고 전 헌재 결정의 세부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서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통진당 강제 해산과 내란음모 조작을 계획하고 김기춘(전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박한철(헌재소장)이 선고 내용을 미리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박 소장이 탄핵심판을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헌재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압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헌재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년 전에도 ‘정당 해산’이란 초유의 결정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반론이 상당했다.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인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헌재가 ‘지역구 의원직을 박탈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법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재의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의견과 ‘1952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나치 계열의 사회주의제국당을 해산하면서 의원직까지 박탈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헌재의 ‘정치색’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과거 헌재는 금융실명제법 헌법소원(1993), 이라크 파병 헌법소원(2004) 등 정치적 사안에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란 표현과 함께 “사법적 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법부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2년 전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찬성 8, 반대 1’의 결과 역시 ‘정치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그래서다. 정부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문 등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란 점도 의혹을 더했다.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은 “통진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헌재의 해산 결정은 우리가 누릴 자유를 빼앗긴 것”이라며 “1987년 6월 항쟁 덕분에 태어난 헌재가 헌법 유린에 발 벗고 나선 죗값을 따져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내란선동 등 혐의가 인정돼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체적이다. 촛불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매주 주말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 정모(24)씨는 “박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분노해 촛불을 든 시민들이 대부분”이라며 “특정 진영에서 마치 ‘국민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51·여)씨도 “촛불 집회에 이념을 떠나 많은 단체가 참여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내부 갈등이 생기거나 분열되지 않도록 각자가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한철 소장이 말을 아끼는 부분도 눈에 띈다. 과거 스스럼없이 선고 일정이나 의견을 밝히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이례적이란 평가다. 박 소장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연내에 선고하겠다”고 말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성난 민심과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란 해석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관련한 김영한 비망록 논란이 계속되는 것도 박 소장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창수 기자, 사진=이창훈·김지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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