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 문제를 놓고 야권과 실랑이를 벌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을 하루 앞둔 19일 입장을 틀었다. 조속한 국정수습을 바라는 야권과 민심의 요구를 수용한 결정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입장발표문을 통해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듣고, 국회와 적극 소통·협력해 나가겠다”며 대정부질문 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황 권한대행 측은 국회에 권한대행이 출석한 전례가 없고, 국가위기상황에서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 답변으로 장시간 국정공백을 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야권의 국회 출석 요구에 난색을 표해 왔다. 이에 야권은 “대통령처럼 행세하지 말라”고 황 권한대행을 비판하며 양측이 국정운영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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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로서는 국회와 접촉면을 확대하기 위해 야 3당 대표의 회동 요청에 대해 정당별 회동을 발전적으로 제안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며 “국회 출석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 측에 정부의 희망을 표명하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황 권한대행의 대국회 협상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실도 그간 수차례 야당 관계자와 접촉해 국회 불출석을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4년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야당으로부터 국회 시정연설을 요구받았지만, 최종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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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총리 접견실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 세번째)가 함께한 가운데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지난주까지 불출석 쪽에 무게를 뒀던 황 권한대행 측은 주말을 거치며 국회 출석 방안을 검토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서 황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했고 세월호 당시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며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의 거듭된 요구를 무작정 거절하면, 향후 국정운영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새누리당에서 신임 원내지도부가 선출됐지만 극심한 내홍으로 정부에 대한 지원사격을 해줄 수 없다는 점도 황 권한대행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대정부질문 출석을 계기로 야권과 황 권한대행의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황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에서 교착상태에 놓인 국정과제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한·일 위안부 협상 철회 요구를 적극 반박하며 박근혜정부 주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미국 하원의원 6명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탄핵정국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고, 주요외교 정책도 흔들림 없이 수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의 국회 출석을 환영하면서도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정부가 그동안 국민과의 불통으로 탄핵에 이르렀다는 것을 황 권한대행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회에 오면서 빈손으로 오지 말고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국정운영 방안을 들고 올 것을 충고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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