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직후 그리스군 전사자를 위한 장례식에서 행한 연설을 보면 그도 민주주의를 이같이 이해했던 것 같다. 그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통치되기에 우리 정체를 민주정치라고 부른다. 시민들 사이의 사적인 분쟁을 해결할 때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말했다.
김용출 산업부 차장 |
국회를 통과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과 언론 보도 등을 보면 최순실씨 일가와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민주공화국을 철저히 농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박 대통령은 정치권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나 국무회의를 비롯한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비선을 통해 국정을 운영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국민주권주의나 대의민주주의 훼손은 물론 재산권이나 언론자유 침해 등도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이들이 추구한 목표나 그 결과를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즉 비선 세력들은 국익이 아닌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고 관철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근저를 허물고 있어서다.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돈이나 ‘자리’ 얘기는 허무하기조차 하다.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와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켜고 있는 이유다. 촛불에는 과거나 현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 분노와 희망을 모아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박 대통령과 비선 세력에 의한 국정농단과 헌정유린 등 민주공화국을 뒤흔든 실상과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동안 확인되거나 드러난 진실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어서 참담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진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 밝혀질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음으로 민주공화국이 비선 세력이나 부역자들에 의해 다시 농단되지 않도록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인물 및 세력 교체는 물론 제도와 시스템 개혁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관행과 법률 차원을 넘어 헌법 차원에서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이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성찰하고 실천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즉 민주주의나 민주공화국의 의미와 원리가 우리의 생활과 의식 곳곳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공화국이야말로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결코 미루거나 포기할 수 없다. 페리클레스도 장례식 연설을 통해 다음처럼 우리를 독려하고 있지 않는가.
“주요 공직 취임에는 개인의 탁월성이 우선시되며, 추첨이 아니라 개인적인 능력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누가 가난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도시를 위해 좋은 일을 할 능력이 있다면 가난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는 일도 없습니다.”
김용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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