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친노(친노무현)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한 것에 대해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는 31일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서 물러나는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성 정치인들과의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당이 무엇이 중요한가.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친박-비박 이런 것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는 말로 기성 정치권을 비판했다.
반 총장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이바지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로 대선 출마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권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반 총장은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라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며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고 말을 아꼈다.
반 총장은 '한국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요지의 최근의 자신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상황, 그리고 국민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귀국한다. 가슴이 무겁다"고 했다.
지도력에 대해 반 총장은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 국민의 결속, 사회통합을 이뤄야 진정한 지도력이 나오고 진정으로 포용적 지도력이 나오며, 이것이 지도력의 요체라고 평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외국 지도자들에게도 이것을 강조했는데, 조국인 한국이 탄핵 상황을 맞게 됐다며 "이런 일이 한국서 일어나는 데 대해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이런 심정은 국민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난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물밑지원을 받고 있다며 친노계가 '배신'을 언급하자 반 총장은 "이는 정치적 공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딱 잘랐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2011년 참배한 사실과 더불어 "언론보도가 많이 안 됐지만 저는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 초에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한다"고 했다.
외교 무대에서 '새마을운동'을 호평한 데 대해서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런 움직임이 세계에 퍼져나간 것도 저는 잘 안다"며 "특별한 지도자 찬양한 것은 아니고 느끼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길 소원한다. 북한만이 핵·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거론되는 '반기문 재단'의 설립 문제에 대해 "아직 계획은 없다"고 했다.
반 총장은 "1월 중순 귀국하겠다"며 박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이라며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의장 등 삼부 요인에 대해 귀국신고를 하고 국립묘지 참배, 선친 묘소 참배, 고향인 충북 충주를 찾아 모친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정을 다시 협의해 필요한 인사와 지역을 방문하겠으며 그 계기에 진정한 민의가 뭔지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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