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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아마존발 유통혁명 시즌2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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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2 01:20:09 수정 : 2017-02-03 16: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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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없는 마트 ‘장보기 혁명’ 임박 / IT가 삶의 형태 광속으로 변혁시켜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업체 아마존은 최근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신개념 마트를 발표했다. 본격적인 영업은 2017년 초에 시작할 것이란다. 이름하여 아마존 고(Amazon Go)이다. 아마존 고는 장보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무인 마트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없다. 대기 줄이 없고, 계산대가 없다. 마트에 들어가는 순간 자동으로 스마트폰 앱이 켜진다. 진열대에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는다. 콩나물 한 봉지, 등심 500그램, 두루마리 휴지 한 상자, 라면 6개짜리 한 봉지까지. 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오이, 수박에서 삼겹살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자태그가 부착돼 있다. 콩나물 한 봉지를 카트에 싣는 순간, 스마트폰 앱이 거리 인식 센서를 통해 콩나물 한 봉지가 카트에 실렸다는 것을 인식한다. 카트를 밀고 마트 밖으로 나오면 출구에 장착된 센서가 내가 담은 물건의 금액을 계산해 자동으로 결제한다. 들어가서 장보고 나오면 된다. 모든 게 자동이다. “봉투 필요하세요”를 묻는 계산원의 멘트는 곧 역사책의 한 줄로 남게 될 것이다.

아마존 고는 정보기술(IT)의 총아다. 소비자가 카트에 어떤 물품을 넣었는지를 오류 없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요구사항이지만 여기에 엄청난 기술장벽이 존재한다. 모든 상품에 전자태그가 부착돼 있다. 해당 상품을 카트에 싣는 순간 전자태그의 신호를 감지해 소비자가 실은 상품을 파악한다. 항상 그렇듯 사소한 오차가 전체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신호가 약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카트에 담았는지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가 발생한다. 이의 해결을 위해 아마존은 무인 마트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컴퓨터 비전, 센서 융합 등의 온갖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전자태그를 이용한 상품 파악에 실패하면, 매장 내 소비자 위치와 해당 위치 주변에 진열돼 있는 상품목록을 컴퓨터가 추출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해당 위치에 10여종의 소시지, 베이컨, 치즈가 진열돼 있었다 가정하자. 그다음 해당 소비자의 과거 구매내용을 추출한다. 마트 데이터베이스(DB)에 해당 소비자의 구매내용 5년치가 저장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위치에 진열된 물품 중에서 해당 소비자가 과거에 구매한 이력이 있는지를 검색한다. 해당 소비자가 특정 상표의 치즈를 여러 번 구매했다는 기록을 발견한다. 불과 1초 이내에 소비자가 카트에 넣은 상품이 치즈라는 것을 파악한다. 정확도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 각종 센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AI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 등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첨단 기술을 그대로 마트 자동화에 적용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계산대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고, 마트는 더는 계산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는 시간이 단축되고, 마트는 인건비를 절약해 물건값을 낮출 수 있다.

20여년 전 IT를 이용해 온라인 매장이라는 유통혁명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이 이제는 IT를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개념을 뒤엎는다. 이른바 유통혁명 시즌2인 셈이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IT가 순식간에 우리 눈앞에 다가서더니 이제는 흔적없이 우리네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마트에, 장바구니에, 자동차에 용해돼 삶의 형태를 광속으로 변혁시키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대박을 꿈꾸며 기술과 패기, 그리고 대륙의 자본으로 무장한 신예 기술인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내수시장이 없다시피 한 낀 나라 대한민국에 선도기술 확보는 선택 아닌 필수다. 불행히도 작금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우리네 IT생태계는 사실상 동작 그만 상태다. 파편화된 사회의 상처가 깊고 크지만 속히 떨치고 일어나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우리네의 저력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 지난 수세기 동안 그래왔듯이 말이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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