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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백성은 물, 임금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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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7 01:16:12 수정 : 2016-12-27 0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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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한 공자의 시각은 독특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정치의 본분이지만 그 출발은 항상 개인이었다. 수신 없이는 치국도, 평천하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어느 날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우면 정치는 잘 돌아가게 됩니다.” 공자의 말을 곱씹으면 임금이 제 할 일을 똑바로 하면 정치가 잘되고 그렇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는 얘기다. 통치자의 책무를 강조한 공자다운 어록이 아닐 수 없다.

한 세기가 지나 이번엔 공자를 추앙하던 맹자가 제나라 땅을 밟았다. 선왕이 가난한 이 유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하였던 탕왕이 걸왕을 몰아냈다고 하는데 정말 임금을 죽여도 괜찮습니까?” 신하가 어떻게 임금을 죽일 수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지요. 잔적(殘賊)을 일삼는 사람은 소인배에 불과합니다. 탕왕이 일개 소인배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서릿발 같은 맹자의 말에 제나라 왕은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교수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뽑았다.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니, 강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말이다. 2위 사자성어로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망한다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 선정됐다. 모두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글귀다. 권력의 뱃놀이에 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일깨워주는 섬뜩한 경구다.

예로부터 임금은 하늘이 낸다고 했다. 대통령 역시 천운을 타고나야 한다. 여기서 하늘이란 머리 위에 있는 파란색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백성을 지칭한다. 백성의 눈이 하늘의 눈이고, 백성의 소리가 하늘의 소리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미 유죄다. 하늘의 법을 어긴 죄! 굳이 인간의 법리를 따져본들 무엇하리.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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