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은 박 회장의 지인 등 익명 관계자들을 인용해 박 회장이 2005년 5월과 2007년 1월쯤 반 총장에게 각각 20만달러와 3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5월3일 외교장관이던 반 총장이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을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는데 박 회장이 주베트남 대사관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해 쇼핑백에 20만달러를 담아 건넸다는 등 내용이 꽤 구체적이다. 대검 중수부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이런 진술을 확보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과 국익 훼손 우려 등으로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 2위를 다투는 유력 주자다. 하지만 그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10년간 해외에 머물러 있었고 2004년 외교장관에 임명될 때에는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었다.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뜻이 확고하다면 혹독한 검증을 자청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의혹만 하더라도 시시비비가 분명히 가려져야 할 사안이다. 금품 수수의혹 시점으로 볼 때 뇌물죄 공소시효가 이미 끝나기는 했더라도 명예훼손 사건 수사 방식으로 얼마든지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반기문 검증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정치권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한민국호를 이끌겠다는 대선 주자는 누구라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어설픈 검증이 작금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초래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아니면 말고’ 식 마타도어는 경계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무책임한 폭로전이 난무할 공산이 크다. 대선 민심을 호도하는 흑색선전엔 엄정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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