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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 일찍 접었지만 코트 밖서 ‘제2 배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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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6 20:18:03 수정 : 2016-12-26 21: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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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선수출신 통역·매니저 도로공사 태솔·노금란씨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 중 도로공사는 유일하게 통역과 매니저가 선수 출신인 팀이다. 태솔(30) 통역과 노금란(23) 매니저. 이들은 부상 때문에 일찍 프로선수 생활을 접었다. 하지만 배구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통역과 매니저로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그림자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지난 21일 김천의 도로공사 배구단 숙소에서 만났다.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프론트로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한 선수 출신 태솔 통역(오른쪽)과 노금란 매니저가 지난 20일 김천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로공사 배구단 제공
태솔 통역은 프로배구 원년이던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1라운드에서 뽑힌 동기가 ‘기록의 여왕’ 황연주(현대건설)다. 그러나 계속된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태솔 통역은 “실력이 부족하면 몸이라도 성해야 할 텐데 선수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당시 트레이너 선생님이 ‘빠른 포기도 빠른 성공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2010년 5월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그는 학업에 미련이 많았다. 그래서 특기생이 아닌 수능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태솔은 2011년 이화여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태솔은 6살에 폴란드로 이민을 가 14살까지 살다 돌아왔기에 영어에 능통했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에도 여러 구단이 통역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감독의 전술 지시를 외국인 선수에게 전달하는 데는 선수 출신인 그가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업에만 열중하고 싶었던 그는 모든 제의를 거절하다 지난해 8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약 6년 만에 배구 판에 다시 돌아왔지만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에 팀의 외국인 선수가 3명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외국인 선수 시크라는 부상으로 V-리그 개막 전 한국을 떠났다. 대신 들어온 케네디 브라이언은 다소 부족한 기량에다 팬들 사이에서 ‘왕따 논란’이 불거진 뒤 팀을 떠났고 힐러리 헐리가 팀에 합류했다. 태솔은 “외국인 선수들마다 습관은 물론 성격, 자라온 환경 등 모든 것이 달라 팀에 적응시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가 일복이 터졌나 보다”라며 웃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브라이언을 지켜본 그에게 왕따 논란의 진실을 물었다. 태솔 통역은 “브라이언이 시즌 초반 동료들이 점수를 낸 뒤 코트에서 막 뛰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저게 뭐하는 거냐’고 묻더라. 그는 한국 배구의 세리머니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중계 카메라에 브라이언이 세리머니에 끼지 못하는 것처럼 잡히자 팬들이 ‘브라이언은 왕따’라고 추측한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서 동고동락한 내가 장담하건대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이번 논란에 가해자는 없고 브라이언과 국내 선수들 모두 피해자였다”고 항변했다.

노금란 매니저는 2012~1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신인 때 왼쪽 엄지손가락 수술을 받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렇게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고 2014~15시즌 이후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당시 우리 팀 센터 포지션에 장소연, 정대영, 하준임 등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 백업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그때 팀에서 매니저를 제의했다. 배구가 좋고 팀에 남고 싶기도 해서 수락했다. 제 선택에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매니저로의 변신 과정을 설명했다.

선수 때는 몰랐지만 매니저의 일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선수 시절 바라볼 때와 직접 일을 해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도 해야 하고 선수들이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부분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면서 “제가 선수 시절에 ‘매니저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인급 선수들이 많은 고민을 상담한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결국 나는 코칭 스태프의 일원이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 한정적이다. ‘힘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을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졌다. 태솔 통역은 “평소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개발도상국에 배구를 좀 더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원 진학 등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금란 매니저는 “일단 지금 맡은 배구단 매니저 일에 더 충실하게 하고 싶다. 아직 우리 도로공사만이 V-리그 챔프전 우승이 없는데 챔프전 우승의 그날까지 매니저로서 선수단을 잘 보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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