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보강 외엔 재탕 정책 일색
내년 초 추경 편성 서둘러야 정부가 어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6월에 내놓은 전망치 3.0%에서 0.4%포인트 끌어내린 것이다.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탄핵정국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2%대 성장 전망을 내놓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전망대로라면 2015년 이후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는 셈이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경제성장 하향세가 이어지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2.6%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민간 연구기관들은 정부 목표를 비관적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내년에는 거시정책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 경기 위축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4분기 성장 절벽 우려가 내년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초 재정에서 13조원 이상, 정책금융에서 8조원 등 총 21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 전체 예산의 1분기 조기집행률도 역대 최고 수준인 31%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재정·금융 등 가용재원을 동원하겠다지만 경기 위축을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아직 많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나머지 대책은 재탕 삼탕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기감이나 정책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앞으로 보완해 나갈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는 극도로 위축된 소비·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면서 가계부채 위기나 부동산 대란 등의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감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정부가 내년 1분기 대내외 경제상황을 보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있는가. 국회와 협의하면서 추경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경기 회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권도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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