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부동산 추가 대책을 발표한 뒤 강남 재건축 시장의 호가가 최대 2억원 떨어지는 등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됐고, 지난 9일부터 주택 담보 대출 심사에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악재가 더해져 내년 3월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지난달 매매가 변동률은 △송파구 -1.86% △강동구 -1.09% △서초구 -0.71% △강남구 -0.50%를 기록했다. 3.3㎡당 매매가는 △강남구 4462만원 △서초구 4154만원 △송파구 3163만원 △강동구 2845만원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정부 규제로 인해 신규 분양시 중도금 대출도 받지 못하고,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까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신축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겠다고 나서자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와 계절적인 비수기가 겹치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상황잉다.
특히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 △수서역 개통 △최고 50층 건축 등 호재가 많아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이번 규제로 호가가 2억원까지 빠지면서 가장 타격이 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 하락…문제는 거래 위축
또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 역시 최고가 대비 1억원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
문제는 가격 하락과 동시에 매매 거래도 같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강남 4구 아파트 거래량은 2468건으로, 전달 3159건보다 21.9% 줄었다. 이는 4월 1850건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간간히 오던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미국 금리 인상과 탄핵 정국 이후에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며 "설령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격 조정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초 2.5% 수준이었으나, 올해 말 최고 4.5%까지 치솟았다. 최근 미국 금리마저 인상돼 올해 5%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여기에 매매가가 하락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 조합원 추가분담금 마저 상승하게 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조정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부동산 규제 △탄핵 정국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약세가 지속되더라도 심리적 저지선에 다다르면 하락세가 멈추면서 관망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매도자들 역시 단기 조정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긴 어렵기 때문이다.
◆치솟던 전셋값 안정세…서울지역은 예외일 듯
이와 함께 매섭게 치솟던 전세시장은 건설사들이 쏟아낸 대규모 입주 물량과 본격적인 겨울 비수기가 맞물리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일선중개업소에서 느끼는 부동산 경기 흐름을 토대로 3개월 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조사하는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도 상승세가 멈췄다. 전망지수는 지난달 말 전국 기준 전달(112.2) 대비 10.5p 하락한 101.7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전달(116.2) 대비 17.1p 하락한 99.1, 수도권의 경우 전달 (115.6)대비 14.4p 하락한 101.2로 나타났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개 광역시의 경우도 전달(110.6) 보다 둔화된 103.0로 조사됐다.
이는 전달 대비 상승세를 전망하는 공인중개사가 줄었다는 의미다. 지수 100을 기준으로 상승·하락·보합을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계절적인 영향에다 지난해와 올해 내집을 장만한 사람들이 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10만 가구가 넘어 전세수요가 줄어 안정적인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서울지역 입주예정 물량은 예년 평균 수준인 만큼, 전에 비해 올랐다곤 하나 아직도 저금리인데다 전세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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